이스라엘을 방문한 여행객들 대부분은 한 계절 밖에는 구경하지 못한다. 더운 여름에 온 여행객들은 메마른 광야와 무더운 날씨만을 체험하고 돌아간다. 그렇다 보니 놀라운 자연 경관의 변화를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채 여정을 끝낸다.
이스라엘을 가장 놀랍게 바라볼 수 있는 계절은 바로 우기가 시작되는 겨울의 시작인 11월 달부터이다. 이스라엘의 겨울은 자연이 변화하는 모습을 가장 명확하게 볼 수 있는 계절이면서 성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시간이다.
이스라엘은 지형적으로 기다란 모습을 하고 있다. 남과 북으로 길고 동과 서는 짧으며, 지중해를 끼고 있는 사막 지대의 나라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북으로는 초목과 산림을 가지고 있고 남으로는 광야와 사막 지대를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10월 장막절이 끝나면서 겨울이 시작되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 내리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성경적으로 이 비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성경에서 비는 하나님의 은혜를 상징한다. 그렇다면 왜 비가 중요할까? 그리고 이스라엘에게 내리는 비는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성경을 읽다보면 이스라엘과 연관되어 언급된 비와 관련된 구절은 신명기에 등장한다.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하는 내 명령을 너희가 만일 청종하고 너희의 하나님 야훼를 사랑하여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섬기면 야훼께서 너희의 땅에 이른 비, 늦은 비를 적당한 때에 내리시리니 너희가 곡식과 포도주와 기름을 얻을 것이요”(신 11:13~14).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물을 어떻게 공급받느냐는 게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하나님은 그들에게 때를 따라서 이른 비와 늦은 비를 내려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이다. 때를 따라서 비를 내려 주신다는 약속의 의미는 하나님이 그들의 농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신다는 의미이다. 그들의 작물을 하나님이 비를 내려줌으로서 축복하신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른 비는 10월 한 해의 추수가 끝난 후에 내리는 비를 말한다. 왜 가을에 내리는 비가 이른 비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추수가 끝나면서 한 해는 끝이 난다. 이스라엘의 농경 방식에 따라서 추수가 끝난 후 다음 작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비가 내려줘야 한다. 그래서 가을 추수 후에 시작되는 비를 이른 비, 즉 다음 작물을 키우기 전에 내리는 비라고 한다. 늦은 비는 여름이 시작되기 전 내리는 비이다. 가을 추수로 향하는 마지막 비를 늦은 비라고 한다. 이 비가 내린 이후에는 전혀 비가 오지 않는다. 뜨거운 여름을 이겨낸 작물들을 거두어들이기 전까지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는다. 그러니 이른 비와 늦은 비는 작물의 수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비는 약속의 결과로서 내리는 축복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요구하신 것이 있다. 바로 하나님의 언약과 규례를 잘 지키라는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언약을 잘 지켰다면 하나님은 적당한 때에 비를 내려주셔서 풍성한 작물을 얻게 하셨다.
또한 비는 언약의 성취를 상징하고 있다. 성경 이사야서에는 광야가 푸른 초장으로 변한다고 이야기한다. 1년 중 거의 대부분이 메마른 상태인 유대 광야와 네게브 광야를 보고 있으면 성경의 예언의 성취는 정말 하나님이 오셔야만 가능할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 광야가 푸른 초장으로 변하는 예언의 맛보기를 매년 보여 주신다. 이스라엘의 겨울에 비가 내리고 나면 광야가 푸른 벌판으로 변한다. 그 푸른 벌판에 베두인의 양 떼들이 돌아다니며 풀을 뜯어 먹는다. 사해로 가는 길에 펼쳐진 광야는 꽃밭으로 변한다. 길가에 이름 모를 들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사람들은 길을 가다가 멈추어 서서 꽃과 사진을 찍으려고 한다. 북쪽의 헐몬산은 하얀 모자를 쓰게 된다. 겨울에 다른 지역에 비가 온다면 북쪽 헐몬산은 눈이 내린다. 매서운 산바람과 눈벌판이 남쪽의 광야와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겨울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서 이스라엘은 조용한 한해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 땅은 긴 안식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북적이던 땅이 고요하고 사람들에 의해 이리저리 치이던 자연은 점차 자신의 원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제 긴 코로나의 시간도 지나가고 이 곳은 다시금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이스라엘의 겨울에 내리는 비는 은혜이다. 비록 현대의 이스라엘과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잊었다 하더라도 하나님은 여전히 그 은혜를 베풀고 계신다. 하나님은 자신이 어제나 오늘이나 동일한 은혜의 하나님임을 이 땅에 보여주고 계신다. 이제 곧 있으면 겨울이 끝나간다. 겨울이 끝나기 전 비가 한바탕 쏟아 질 것이다. 그 빗속에서 간절히 기도해 본다. 이 땅에 하나님의 구원의 추수가 곧 임하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