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절 전통을 지키는 식탁 교육

이맘때쯤이면 이스라엘은 가장 큰 절기가 시작된다. 바로 야훼의 절기이며 이스라엘 민족의 태동을 알린 유월절이다. 올해는 4월 15일부터 일주일간이며 이때 이스라엘에서는 새로운 봄의 시작을 알리는 모습들을 볼 수 있게 된다.

유대인들에 대한 이야기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교육에 관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탈무드 교육이라든지 하부르타 교육과 같은 유대인식 교육에 관심이 높다. 한국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유대인식 교육은 일반적으로 유대인 신학교라고 하는 예시바의 교육방식이다. 필자의 아들들이 다니는 일반 학교에서는 탈무드를 읽지도 않을뿐더러 성경의 이야기조차 가르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오히려 이스라엘은 탈무드나 하부르타 이야기보다 ‘후츠파’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후츠파는 일종의 반대를 의미한다. 나보다 더 위의 사람이나 의견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거기에 반박하는 것을 후츠파라고 한다. 이 후츠파는 아무렇게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탈무드나 하부르타, 혹은 후츠파와 같은 교육은 모두 집에서 그리고 식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이스라엘 문화이자 유대인들의 문화이다.

유월절 식탁에 둘러앉아서 기도문을 읽기 시작하는 유대인 가정. 보통 8시에서 시작하여 3-4시간 동안 절기 행사가 진행된다.

특히 이런 독특한 교육 문화는 이스라엘의 절기 때 이루어지는 식탁 모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유월절은 기독교인들에게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이해된다. 그리고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 마지막 만찬이 유월절 만찬이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유월절은 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지는 날이다. 이날은 유대인들, 특히 이스라엘 민족이 하나의 민족으로서 세상에 드러난 역사적 순간이며 그들이 억압과 박해에서 벗어나 하나님이 조상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땅을 향해 나아간 순간이었다. 성경은 유월절이 포함된 달을 한해의 첫 달로 기념하라고 했다.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유월절은 그들의 정체성과 존재성에 대한 것이다.

기도문을 읽고 있는 유대인들

유월절이 가까워지면 유대인들은 분주해진다. 먼저 그들은 집 안팎을 깨끗하게 청소한다. 집안 구석구석 먼지와 곰팡이들을 제거한다. 그리고 부엌과 창고들을 정리하면서 누룩이 들어간 제품들을 모두 꺼내 동네 어귀에서 소각한다. 그날은 동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불 앞에 모여 이스트가 들어간 빵이나 베이킹파우더가 들어간 과자 그리고 오래된 이스트 등을 불에 넣고 태운다. 재밌는 것은 이런 청소를 하면서 아빠나 엄마가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거나 아이들이 부모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왜 우리는 이렇게 청소를 하는 건가요?” 이스라엘 가정의 교육은 모두 질문에서 시작한다. 무엇을? 왜? 어떻게? 언제? 누가? 등의 질문을 통해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유월절이 시작되면 온 가족이 모두 식탁에 둘러앉아 세 시간이 넘는 저녁 모임을 갖는다. 해가 지고 유월절 저녁이 시작되면 집안의 어머니는 두 개의 초를 켜고 아버지는 유월절 기도문을 읽는다. 식탁에서 진행되는 절기 행사는 아이들이 질문하는 것으로 시작을 알린다. 아이들이 부모들에게 왜 오늘은 다른 샤밧(안식일)과 다르게 진행되는지를 물어본다. 그러면 아버지는 출애굽기의 이야기를 해준다. 물론 이때 단순히 출애굽기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이 어떻게 이집트에 오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해준다. 그 사이 사이에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질문을 하고 답을 들을 수 있다. 그렇게 출애굽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테이블에 놓인 세데르(만찬)접시에 놓인 음식들을 하나씩 설명하면서 먹는다.

 만찬 식탁에는 전통적으로 7가지 음식과 재료가 놓여 있다. 양의 넓적다리뼈, 두 종류의 쓴 나물, 소금물, 하로셋(사과와 시나몬을 섞은 것 잼같은 것), 달걀, 3장의 맛짜(누룩없는 빵)이다. 이때도 아이들은 그 의미를 물어보게된다. 왜 이것을 먹는지 이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본다. 식사 때도 질문과 답변은 끊이지 않는다. 이후 재밌는 놀이가 기다리고 있다. 유대인들은 전통적으로 3장의 맛짜를 준비하는데 그중 한 장을 반으로 쪼개어서 집안 어딘가에 숨겨둔다. 아이들이 반쪽짜리 맛짜를 찾아오면 선물을 준다. 그래서 밥을 먹고 난 후 아이들은 맛짜를 찾으러 집안 곳곳을 뒤진다. 이때도 교육이 이루어진다. 왜 이런 전통이 있는지를 설명하고 반쪽짜리 맛짜를 찾아온 아이에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야기를 통해서 가르쳐 준다. 현대에 이르러 이런 전통적인 모습을 찾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메시아닉 유대인들은 이런 전통을 이어가려고 노력한다. 그 이유는  유월절이야말로 메시아 예수를 유대인들에게 나타낼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유월절 식탁 차림새

유대인들은 교육이 식탁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식탁에서의 교육, 그것은 일방적인 지식의 전달이 아닌 교류와 이해의 장소이기도 한 것이다. 유대인 친구들의 가정에서의 식탁 모임을 보면서 우리는 하부르타나 탈무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오늘 저녁 식탁에서 자녀와의 이야기에 더 집중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요셉 목사